• 알림 - 희생과 화목
    124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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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수의 길과 화해의 길

     

    "그리고 하나님은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십자가의 피로 평화의 길을 열어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모든 것을 그분을 통해 자기와 화해하게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전에 여러분의 악한 행실 때문에 하나님을 떠나 마음으로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육체적인 죽음을 통해 여러분과 화해하셨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을 거룩하고 흠이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사람으로 자기 앞에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현대인의성경 골1:20-22).

     

    예전의 우리는 우리의 악한 행실 때문에 하나님과 원수가 됐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예수님의 육체적인 죽음을 통해 우리와 화해하셨다. 예수님의 십자가 피로써 평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제 우리는 흠이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사람으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분은 우리 죄를 위해 화해의 제물이 되셨습니다. 우리 죄만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위해 그렇게 되신 것입니다"(현대인의성경 요일2:2). 예수님은 우리의 죄로 인한 불화를 청산하시기 위해 화해의 제물이 되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4:9-10). 우리의 죄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과 원수가 됐고 하나님과 불화하게 됐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화해의 재물로 이 세상에 보내셨고 십자가에 내주셨다. 이렇게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먼저 있었다.

     

    참치 원양어선 '광명 87'의 전제용 선장은 19851114일 오후 5시경 남중국해를 지날 무렵 SOS를 외치는 소형 난파선을 발견했다. 1년간의 참치 조업을 마치고 말라카해협에서 부산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 난파선에는 베트남 보트피플 96명이 타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남베트남이 패망하고 베트남이 공산화되자 베트남 난민들이 소형 보트를 타고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인접국가들의 입국거부와 강제송환으로 베트남 보트피플은 국제문제로 비화됐었다.

     

    전제용 선장이 그 상황을 본사에 타전하자 본사는 그냥 지나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는 본사 지침과 자기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갑자기 뱃머리를 돌렸다. 선원들이 몹시 우려했지만 그는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며 안심시켰다. 작은 보트 안에는 베트남인 96명이 겹겹이 뒤엉켜 있었다. 식량도, 물도 없이 굶은 지 사흘째였다. 성난 풍랑에 금세라도 침몰할 것 같았지만 모두 안전하게 구출됐다. 그가 보트피플 구출소식을 본사에 전하자 본사는 무인도에 버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뒷일이 걱정됐지만 베트남 난민들과 12일간의 항해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여자들과 아이들에게는 선원들의 침실을 내주었고 노인들과 환자들은 선장실에서 돌봄을 받았다. 선원 25명의 식량과 생수를 나누었고 식량이 떨어졌을 때는 잡은 참치가 배에 가득하다며 난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영어교사 출신으로서 당시 리더였던 피터 누엔이 가족 생각으로 슬퍼할 때마다 그는 극진히 위로했다. 19851129일 광명 87호는 무사히 부산항에 도착했다.

     

    태어난 아이 1명과 함께 모두 97명의 베트남 난민들은 16개월 동안 난민소에서 지내다가 미국과 유럽 등지로 흩어졌다. 피터 누엔은 미국으로 넘어가 간호사가 됐고 미국에서 자기 가족과 재회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중 전제용 선장을 잊을 수 없어 찾기 시작했다. 17년간의 수소문 끝에 그와 연락이 닿았다. 그의 편지에는 그의 고생담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는 부산항에 도착한 즉시 본사의 해고통지를 받았고 당국에 불려가 취조도 받아야 했다.

     

    그 후 여러 선박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으나 재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보트피플을 구조할 당시 제 경력과 미래가 희생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로 선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당하게 될 불이익보다 베트남 난민들의 생명을 더 귀하게 여긴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명과 96명의 생명을 맞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485LA공항에서 피터 누엔이 전제용 선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19년 만의 극적인 상봉이었다. "이렇게 미국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19, 19년 만이네요." 피터 누엔은 19년 동안 한순간도 그를 잊을 수 없었다며 감격했다. 미국의 베트남인들이 그를 유엔 노벨상으로 불리는 '유엔 난센상' 후보로 추천하자 그는 그 누구라도 자기처럼 보트피플을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25척의 배들이 이미 그 난파선을 외면한 채 지나갔었다. 19년 전 전제용 선장이 베트남 보트피플을 구했다는 소문이 2005년 베트남 본토에까지 퍼졌다.

     

    베트남 본토인들의 감동은 컸다. 베트남 전쟁(1964-1975) 당시 민간인 대학살이 자행됐던 후에(HUE) 지역에는 만년 동안 그 원한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의 만년비석이 서 있었는데 그 때 그 비석이 깨뜨려졌다는 후문이 있었다. 한국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히 누그러드는 순간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이 비무장 베트남인들을 학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있다. 1968212일 오전 11시쯤 한국군 해병대 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가 꽝남성 디엔반현 퐁넛(Phong Nhut)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선두의 1소대 쪽으로 30여 발의 총알이 날아들었다고 한다. 한국군 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했고 중대장 김석현 대위는 마을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1소대와 2소대가 방향을 왼쪽으로 틀고 총을 쏘며 마을에 진입했다. 이미 베트콩(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은 도망가고 없었다. 한 곳에 모인 마을 주민들의 저항은 없었다. 아이들이 겁에 질려 달아나자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퐁넛(Phong Nhut) 마을과 퐁니(Phong Nhi) 마을의 주민 70여 명이 살해됐다. 부녀자들, 아이들, 노인들이었다.

     

    퐁넛 마을과 퐁니 마을의 인근 지역인 하미 마을에서도 1968년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135여 명이 살해됐다고 한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반인륜 범죄다. 여태껏 한국 정부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 대통령들이 유감을 표명했지만 공식 사과는 아니었다. 저들 대통령이 진상조사와 배상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베트남 정부는 미온적이었다. 북베트남, 남베트남, 베트콩 사이에 벌어진 여러 민간인 학살 사건들의 공론화를 꺼리기 때문일 것이다.

     

    가해 당사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치부를 숨기고 싶겠지만 마땅히 진상을 밝히고 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다. 다행히 민간 차원에서 묵은 악감정이 해소되고는 있다. 전제용 선장의 희생적인 선행으로 베트남인들의 적개심이 상당히 풀렸고 박항서 축구감독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베트남인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좋아졌다. 양국 사이의 교역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일본을 따돌린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이미 9,000개가 넘는다. 이런저런 훈풍의 분위기를 타고서 양국 관계가 더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과 원수 되었을 때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다면 화목을 이룬 우리가 그의 살으심으로 구원받게 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기쁨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현대인의성경 롬5:10-11).

     

    전제용 선장의 희생적인 선행 덕분에 우리가 베트남인들과 화해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면 예수님의 십자가 피로 우리는 하나님과의 원수 관계를 청산할 수 있게 됐고 하나님 안에서 기쁨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12:17-18). 누구에게든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한 일을 하며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의 평화가 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갈라놓은 담을 헐어서 둘이 하나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들을 원수로 만들었던 계명의 율법을 예수님이 자신의 육체적인 죽음으로 폐지하신 것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백성으로 만들어 화목하게 하고 또 십자가로 그들의 적개심을 죽이고 둘을 한 몸으로 만들어 하나님과 화해시키기 위한 것입니다"(현대인의성경 엡2:14-16). 예수님은 십자가 피로 적개심을 허무셨다. 예수님은 평화이시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자기와 화해시키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직책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자기와 화해시키시고 사람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않으셨으며 화해의 말씀을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전권 대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여러분에게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과 화해하십시오"(현대인의성경 고후5:18-20).

     

    우리의 죄악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과 원수가 됐고 하나님과 불화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피로 우리는 하나님과의 원수 관계를 청산하고 하나님과 화해할 수 있게 됐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화해의 직책을 주시고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다. 우리는 예수님의 전권 대사로서 예수님 안에 있는 죄악 청산의 길, 불화 청산의 길을 세상에 두루 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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